2026.03.31 (Tue) KOREA Edition

SNS issue

브릿지연예

다정한 번역가 황석희, 그의 충격적인 두 얼굴

두 차례의 심각한 성범죄 전과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그의 범죄는 2014년 자신의 영상번역 강의를 듣던 20대 수강생을 상대로 저지른 파렴치한 행위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시 그는 만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유사강간을 시도하고, 그 과정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하는 중범죄를 저질렀다. 이는 명백한 준유사강간 및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해당한다.시간을 거슬러 2005년, 그는 춘천 시내에서 30분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길 가던 여성들을 상대로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여성을 뒤에서 껴안고 추행하다 넘어진 피해자의 위에 올라타 폭행을 가하는가 하면, 이를 말리던 일행에게까지 주먹을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그는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놀라운 점은 두 차례의 심각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그가 단 한 번도 실형을 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법원은 '심신미약' 주장을 기각하면서도, 가족의 생계와 아내의 선처 호소 등을 이유로 두 사건 모두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의 심판을 피한 그는 이후 '데드풀' 등을 번역하며 오히려 번역가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더 큰 대중의 분노를 사는 지점은 그의 위선적인 행보다. 그는 과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칭하며 "한국 남자는 여성 혐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반성하자"는 글로 지지를 얻었으며, 최근까지도 SNS를 통해 '영포티'를 꾸짖는 등 도덕적인 멘토 행세를 해왔다. 그의 과거 범죄가 이러한 행보와 맞물리며 대중의 배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성범죄 전과가 드러난 이후에도 그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등 최신 개봉작의 번역가로 이름을 올리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즉답을 피한 채 "입장을 정리해서 밝히겠다"는 말만 남겼다. 그의 '다정한 말' 뒤에 숨겨져 있던 추악한 진실 앞에 대중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화&여행

고전 설화의 발칙한 반란, 가부장제 부순 두 여성의 처절한 연대기

여 재조립한 작품이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동생을 해친 혐의로 기소된 홍련과 그를 심판해야 하는 바리의 대립을 통해, 극은 단순히 죄의 유무를 따지는 것을 넘어 억압받아온 이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데 집중한다.천도정의 재판장 바리는 법과 원칙을 앞세워 홍련의 죄를 추궁하지만, 홍련은 생존을 위해 선택해야 했던 폭력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선다. 이 과정에서 두 인물이 공유하는 가정 내 학대와 유교적 억압의 상처가 서서히 드러난다.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 홍련과 버림받은 신 바리는 서로의 아픔을 투영하며 심판자와 피고인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강혜인은 방어적인 태도 뒤에 숨겨진 홍련의 처절한 공포와 분노를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학대의 굴레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날을 세우면서도, 그 이면에 자리한 슬픔을 섬세한 음색 변화로 포착해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낸다. 김경민은 냉철한 신의 모습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 동시에, 홍련의 과거를 마주하며 흔들리는 내면의 동요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음악적 구성은 서양의 강렬한 록 사운드와 동양의 전통 씻김굿 선율을 절묘하게 혼합했다. 날카로운 기타 리프와 드럼 비트는 인물들이 세상에 던지는 저항의 메시지를 청각적으로 극대화한다. 반면 극의 기저를 흐르는 씻김굿의 가락은 상처 입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제의적 역할을 수행한다. 배우들의 폭발적인 보컬은 록 음악의 타격감과 어우러져 인물들이 겪는 내면의 고통을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한다.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의 원형 무대는 저승 법정이라는 폐쇄적 공간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거대한 장치 대신 조명의 극명한 대비를 활용해 이승과 저승, 현재와 과거를 유연하게 교차시킨다. 특히 저승차사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멀티롤을 수행하며 홍련의 기억 속 가해자나 방관자로 변신해 극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이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법정극의 단조로움을 탈피하고 서사의 입체감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작품은 익숙한 고전의 틀을 빌려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폭력과 방관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자신의 과거를 직면하고 서로의 고통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인물들은 비로소 한을 풀고 해방을 맞이한다. 씻김굿의 본질적인 치유 기능을 무대 위에 구현한 이 공연은 오는 5월 17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관객과 만남을 지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