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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영화의 만남, 그리스 '오디세이 루트' 뜬다
기사입력 2026-08-26 18:50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빚어낸 고대 서사시 '오디세이'가 스크린을 넘어 그리스 관광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영화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고대 그리스 문화에 대한 인류사적 관심이 증폭되자, 그리스 정부와 지자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영화 촬영지와 신화 속 유적을 결합한 대규모 여행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한 유적 관람을 넘어 영화적 상상력과 역사적 실체를 잇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관광이 예고된 셈이다.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된 펠로폰네소스주다. 현지 당국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무대와 실제 촬영지를 잇는 '오디세이 루트-호메로스의 펠로폰네소스'라는 테마 여행 코스를 설계 중이다. 관광객들이 영화 속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고대 성곽과 해변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용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안내 표지판을 정비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11월 정식 루트 공개를 목표로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영화 촬영지로 활용된 네스토르 동굴과 보이도킬리아 해변, 메토니성 등은 개봉 이후 방문객이 급증하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리스 당국은 단순히 촬영지만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파리스와 헬레네의 전승이 깃든 크라나에섬이나 제우스의 신화가 남아 있는 페프노스섬 등 인근의 숨겨진 유적지까지 코스에 포함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이는 펠로폰네소스 전역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단기적인 흥행이 지속적인 문화 향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사학계 전문가들은 영화로 촉발된 호기심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유적지의 전시 방식을 현대화하고 고전학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화가 쏘아 올린 그리스 문화에 대한 관심을 장기적인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연결하는 것이 그리스 정부가 마주한 다음 과제다.
기사인쇄 | 서혜경 기자 seohk@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