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여행
뒤집힌 독수리와 금빛 초상, 바젤리츠의 마지막 인사
기사입력 2026-08-12 21:18
거꾸로 뒤집힌 세상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던 독일 미술의 거인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서울에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지난 4월 작가가 작고한 이후 세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대규모 회고전은 그가 생전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았던 예술적 궤적을 한자리에 모았다. 서울 신문로 세화미술관에서 13일 막을 올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전에 직접 전시 구성과 방향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전시를 넘어선 특별한 유산으로 평가받는다.전시의 정점은 작가가 생의 끝자락에서 마주했던 '골드 페인팅' 연작이 차지하고 있다. 화려한 금빛 배경 위에 가느다란 선으로 묘사된 인물들은 역설적으로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소멸을 시각화한다. 평생의 동반자였던 아내 엘케와 작가 자신의 형상을 담은 이 작품들은 검은 벽면과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을 숙연하게 만든다. 금색을 예술적 여정의 끝이라고 정의했던 노화백의 마지막 고백이 캔버스 위에서 희미하게 일렁인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성장한 작가의 개인적 경험은 작품 곳곳에 투영된 역사적 비판 의식으로 이어진다. 캔버스를 분할하고 형상을 절단한 초기작들은 나치가 이용했던 영웅주의적 도상들을 철저히 무력화하려는 시도였다. 특히 독일의 상징인 독수리를 추락하는 듯한 모습으로 뒤집어 그린 작품은 권위와 역사적 질서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는 과거의 도상을 다시 불러내 변형하는 '리믹스' 연작을 통해 역사의 무게를 예술적 자유로 치환해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4월 초, 독일 현지에서 미술관 측과 직접 만나 세부 사항을 조율하며 완성된 결과물이다. 안미희 세화미술관장은 작가가 전시의 구성부터 작품 선정까지 깊이 관여하며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12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고전은 회화와 드로잉, 조각 등 46점의 작품을 통해 거장이 남긴 마지막 예술적 숨결을 전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기사인쇄 | 안연진 기자 ahnahn33@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