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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핸들 놓은 자율주행차,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기사입력 2026-08-10 22:06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냈을 때, 그 책임의 화살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기존의 교통법규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변수들을 내포하고 있다. 시스템의 알고리즘 오류부터 센서 오작동, 혹은 안전관리자의 모니터링 소홀까지 사고의 원인이 다각화되면서, 이제는 운전자 개인의 과실을 따지던 과거의 잣대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의 진보 속도에 발맞춰 법과 제도 역시 '책임의 분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수용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의 사고 책임과 안전 체계를 점검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김종갑 한국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는 자율주행 사고가 발생하면 더 이상 '누가 운전했는가'를 묻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대신 각 주체가 부여받은 역할과 의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따지는 '역할 기반 책임론'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 법체계가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자율주행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자동차 제조사와 시스템 공급자, 운행사업자, 그리고 차량을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원격지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책임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제조사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한계를 명확히 고지하고 결함 발견 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으며, 정비업체는 정밀 센서의 유지관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사고의 결과만을 놓고 형사 책임을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 단계의 의무 이행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율주행차의 운행 허가부터 사고 조사, 처벌까지 일괄 관리하는 '자율주행 종합법안'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파편화된 규제를 하나로 묶어 국가 차원의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특히 사고 발생 시 데이터 기록장치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사와 운영사 간의 책임 비율을 산정하는 공신력 있는 조사 기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차의 돌발 행동에 대비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자율주행차가 긴급 출동 중인 소방차나 경찰차의 통행을 방해하는 사례가 늘자, 제조사가 긴급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법제화했다. 이재영 경찰대학 교수는 미국 사례를 인용하며, 사고 대응 기관이 사후 수습뿐만 아니라 운행 허가 단계부터 깊숙이 관여하여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표준 설정을 넘어 공공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다층적인 방어막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결국 자율주행 시대의 법적 쟁점은 기술적 완성도만큼이나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기존의 운전자 중심 책임 체계를 넘어 제조사와 관련 주체들의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새로운 기준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의 일상이 되는 미래를 앞두고, 사고의 책임을 공정하게 나누는 입법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진정한 모빌리티 혁신이 완성될 수 있다. 기술은 이미 도로 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 뒤를 받쳐줄 법적 안전벨트는 이제 막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기사인쇄 | 성승훈 기자 ssh1780@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