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우스 닮은 페라리, 조롱 뚫고 완판 행진
기사입력 2026-07-31 20:44
스포츠카의 대명사 페라리가 내놓은 첫 번째 순수 전기차 '루체'가 디자인을 둘러싼 극심한 호불호 속에서도 예상을 뒤엎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31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루체는 지난 5월 출시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올해 판매 목표치인 500대를 모두 채우는 기염을 토했다. 약 9억 원에 달하는 높은 출고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번 성과는 전통적인 페라리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비판 여론을 뚫고 거둔 결과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루체의 흥행을 견인한 핵심 동력으로는 중국의 신흥 부유층과 미국의 젊은 기술 기업가들이 꼽힌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시장 출시 당일 초도 물량 88대가 순식간에 계약 완료되는 등 아시아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분석가들은 페라리가 2030년까지 설정한 2,500대 판매라는 장기 목표 역시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슈퍼카에 거부감을 느끼던 친환경 성향의 젊은 자산가들이 페라리라는 브랜드 상징성과 전기차의 첨단 이미지를 결합한 루체에 열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에서의 비판은 더욱 뼈아팠다. 페라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루카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전 회장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루체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페라리의 전설이 파괴될 위험에 처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고, 심지어 차에서 페라리의 상징인 말 문양을 지워달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정통성을 중시하는 올드 팬들과 전직 수장의 이러한 반발은 루체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페라리 본사는 이러한 '끼워팔기'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특정 모델 구매를 강요하지 않으며, 루체는 내연기관 충성 고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신규 고객층을 겨냥한 전략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딜러들에게도 한정판 모델과 루체의 구매를 연계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 고객들의 증언과 시장의 흐름은 여전히 시스템의 영향력을 시사하고 있어, 루체의 성공이 순수한 기술적 승리인지 아니면 럭셔리 마케팅의 승리인지를 둔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기사인쇄 | 성승훈 기자 ssh1780@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