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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성호 "물러나겠다" vs 청와대 "사의 없다"

기사입력 2026-07-27 20:52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사퇴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음에도 청와대가 이를 공식 부인하는 이례적인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정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개혁이 대부분 완료된 만큼 새로운 인물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사실상 고별사를 전했다. 반면 브라질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을 수행하는 청와대 관계자들은 공식적인 사의 표명은 확인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장관은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임면권자인 대통령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은 검찰개혁 마무리 단계에서 정무적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청와대의 고심을 반영한다.

 

정 장관은 사의의 배경으로 검찰개혁 과제의 완수와 개인적인 건강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오는 10월이면 개혁의 95%가 달성된다고 평가하며, 수개월간 지속된 수면장애 등 신체적 한계를 호소했다. 특히 대통령 주변 참모들과 이미 거취를 상의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결심이 일시적인 감정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장관이 주장해온 전건송치 제도 등 검찰의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민주당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당론에 밀려난 것이 결정적인 사퇴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정 장관의 사의를 '공식 확인 불가'로 일축하는 데에는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내에 없는 상황에서 주무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거나 반려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장관의 사퇴를 공식화할 경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당정 갈등이 수면 위로 급격히 부상하며 개혁 동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청와대로서는 이 대통령이 귀국한 뒤 직접 면담을 통해 상황을 정리하기 전까지 인사 절차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어막을 친 셈이다.

 

야권은 이번 사태를 정권 말기 레임덕의 징후라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무 장관조차 동의하기 어려운 무리한 검찰개혁이 결국 내부 갈등으로 번졌다는 비판이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정 장관의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당론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 장관이 당으로 복귀해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사퇴 이후의 정치적 행보를 두고도 다양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 장관의 거취 문제는 검찰개혁의 방향성을 둘러싼 당내외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도 정 장관의 즉각적인 퇴진은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다. 오는 10월 공소청과 중수청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하위 법령 정비와 인력 배치 등 실무적인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브라질 현지에서 화상 회의를 주재하며 중수청 개청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것은, 정 장관에게 마지막까지 제도 안착의 책임을 다해달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로 풀이된다. 주무 장관의 공백이 자칫 거대 기구 출범 초기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청와대 내부에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성호 장관의 거취는 이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이번 주말 이후에나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이 수차례 사퇴 의지를 굳힌 만큼 반려보다는 교체 쪽으로 무게가 실리지만, 후임 인선과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불편한 동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개혁의 마무리를 책임질 적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당정 간의 조율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향후 정국의 향방을 가를 변수다. 정 장관의 사의 표명으로 시작된 이번 파동은 이재명 정부 후반기 검찰개혁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기사인쇄 | 김현숙 기자 Kim_0509@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