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2 (Wed) KOREA Edition

정치

외교부 1만명 해킹, 10개월간 몰랐다

기사입력 2026-07-22 01:30

 외교부의 사이버 방어망이 무명의 해커에게 완전히 뚫리며 소속 직원 최대 1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립외교원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 서버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무려 10개월 동안 해커의 놀이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관계기관의 통보가 있기 전까지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된 정보에는 외교관과 행정직원은 물론 재외공관에 파견된 타 부처 공무원들의 이름과 이메일, 암호화된 비밀번호 등이 포함되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유출 대상에 국가정보원 요원이나 국방부 무관 등 신분 노출이 극도로 민감한 인원들이 포함되었을 가능성 때문이다. 해외 파견 전 필수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등록된 이들의 정보가 적대적인 국가의 정보기관으로 흘러 들어갔을 경우, 해당 요원들의 안전은 물론 국가 차원의 정보 자산이 무력화될 위험이 크다. 외교부 당국자 역시 이번 사안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유례없는 유출 사례임을 시인하며 사태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외교부는 이번 해킹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보안 취약점을 공략한 신종 기법이었기에 탐지가 어려웠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0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비정상적인 서버 접근을 걸러내지 못한 것은 명백한 보안 관리의 허점이라고 지적한다. 매년 수시로 진행했다는 보안 점검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시스템 구축 당시부터 제기될 수 있었던 외부 접속 경로에 대한 감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사후 대응 방식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교부는 올해 2월 초 해킹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중에 공개하고 피해 당사자들에게 공지하기까지 무려 5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안보상의 이유로 신중을 기했다는 것이 외교부의 입장이지만, 그 사이 유출된 정보를 활용한 2차 피해 가능성을 방치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개인정보 유출 시 즉각 통지해야 한다는 원칙이 국가 기관에 의해 무시되면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당국은 이번 공격의 배후로 북한이나 중국의 해커 조직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과거에도 외교부를 겨냥한 중국발 해킹 시도가 빈번했던 만큼, 이번 사건 역시 조직적인 국가 배후 세력의 소행일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외교부는 내부망과의 연결은 차단되어 추가적인 기밀 유출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메일 주소 유출만으로도 정교한 피싱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최근 한국 정부가 민간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을 강조해 온 흐름과 맞물려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정작 정부 부처가 자신의 안방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외적인 신인도 하락은 물론 향후 사이버 안보 정책의 추진 동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는 뒤늦게 보안 체계 전면 점검을 약속했으나, 이미 유출된 1만 명의 정보가 어떤 안보적 재앙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기사인쇄 | 김현숙 기자 Kim_0509@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