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여행
'유미의 세포들' 뮤지컬… 자존감 깨우다
기사입력 2026-07-13 18:14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무대 위 화려한 선율로 재탄생했다. 지난 6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은 이동건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연애와 이별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내면의 목소리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냈다. 티파니 영과 김예원이 주인공 유미 역을 맡아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가운데, 작품은 유미의 외부 사건보다는 그를 움직이는 세포들의 움직임에 더욱 집중하며 관객들을 내밀한 심리의 세계로 초대한다.이번 창작 초연의 가장 큰 특징은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견습 세포 ‘109’의 등장이다. 최재림과 정택운이 연기하는 109는 이름도 역할도 부여받지 못한 채 세포 마을을 배회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인물이다. 프라임 세포인 ‘사랑’을 동경하면서도 늘 주변부에 머무는 그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들의 자화상을 투영한다. 109가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은 곧 유미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긍정하게 되는 성장 서사와 궤를 같이한다.

음악은 이러한 정서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너라는 이름의 이야기’, ‘마이너 마이너 마이너’ 등 총 25곡의 넘버는 따뜻한 선율 속에 자기 긍정의 철학을 담아냈다. 특히 ‘우주’나 ‘별’과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외로운 존재들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동시에 ‘응큼파티’나 ‘우선순위 쇼’와 같은 재치 있는 쇼 넘버들은 강렬한 리듬과 군무를 통해 극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 의식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비록 대극장 규모에 비해 영상 의존도가 높고 무대 장치가 단출하다는 일부 아쉬움은 있으나, 촘촘한 서사와 배우들의 열연이 그 빈틈을 충분히 메운다. 작품은 이름 없는 세포 109의 입을 빌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존재일지라도 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나지막이 읊조린다. 자기 안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이 다정한 뮤지컬은 오는 8월 23일까지 관객들과 만나며 우리 모두가 각자 인생의 주인공임을 다시금 일깨워줄 예정이다.
기사인쇄 | 안연진 기자 ahnahn33@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