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9 (Thu) KOREA Edition

정치

정청래 반발한 '선호투표제', 당권 향배 가르나

기사입력 2026-07-09 00:13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차기 당대표 선출 방식으로 '선호투표제'를 채택하자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선호투표제는 투표자가 후보자의 순위를 매겨 기입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시 하위권 후보의 표를 상위권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정청래 전 대표 측은 즉각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 전 대표는 8일 정책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할 수 없듯이 당의 근간인 당헌을 어기며 경선을 치를 수는 없다며 전준위의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친정청래계의 반발은 당 지도부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표출되었다. 문정복, 이성윤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호투표제가 과반 미달 시 1, 2위 간 재선거를 규정한 당규와 충돌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기존 방식대로 결선 투표를 별도로 진행해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전준위 측은 선호투표제가 결선 투표의 효율적인 변형 모델일 뿐이며, 추가 행사를 잡아야 하는 행정적 낭비와 선거 과열을 막기 위한 합리적 대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논란의 이면에는 각 후보의 복잡한 셈법이 깔려 있다. 선호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지지 기반이 유사한 김민석 전 총리와 송영길 의원 중 한 명이 탈락하더라도 그 표가 나머지 한 명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독자적인 지지층을 보유한 정 전 대표에게는 상당한 위협 요소가 된다. 정 전 대표 측은 결선 투표가 따로 치러질 경우 3위 후보의 표심이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만, 선호투표제는 사실상 2, 3위 후보 간의 자동 단일화 효과를 가져온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다른 후보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이번 제도가 자신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카드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김민석 전 총리 역시 당의 결정을 존중하며 소모적인 공방을 멈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후발 주자인 고민정 의원은 선호투표제가 4위 이하 후보들의 기회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며 불공정성 의혹을 제기했다. 당권 경쟁이 4파전 이상으로 전개되는 상황에서 하위 주자들이 본선 무대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사라진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도입했던 제도가 이제는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된 점도 아이러니하다. 이 대통령은 과거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호투표제가 대선 등 국가적 선거에서도 논의될 가치가 있는 선진적 제도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하지만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는 이 제도가 특정 계파의 결집을 돕거나 독자 노선을 걷는 후보를 고립시키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의 통합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계파 간의 감정 골을 깊게 만드는 형국이다.

 

민주당 전준위는 법리 해석을 포함한 추가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브리핑에서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최종 경선 룰은 최고위와 당무위 의결을 거쳐야 확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친청계와 비청계 간의 치열한 수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월 전당대회를 향한 레이스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경선 방식이라는 문턱에서 당내 갈등이 폭발하면서 민주당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사인쇄 | 김현숙 기자 Kim_0509@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