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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 심정 알겠네" 파인애플 김치찌개 논란

기사입력 2026-06-29 22:18

 전 세계적으로 한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김치와 고추장 등 전통 식재료를 현지 음식과 결합한 이색적인 레시피들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멕시코의 한 SNS 계정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구운 파인애플을 넣어 끓이는 영상이 올라와 한국 누리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당혹스러운 조합일 수 있으나, 이는 매콤한 양념 돼지고기에 파인애플을 곁들여 먹는 멕시코 전통 타코 요리 '알 파스토'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과일에 칠리파우더를 뿌려 먹는 현지 식문화가 김치찌개라는 한국의 맛과 만나 새로운 형태의 퓨전 요리로 탄생한 셈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를 바라보는 국내 누리꾼들의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것 같다"거나 "이탈리아인이 하와이안 피자를 볼 때의 심정을 이제야 알겠다"며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반면 김치의 신맛과 파인애플의 단맛이 의외로 조화로울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특히 한식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과정에서 현지의 입맛과 식습관에 맞춰 변주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문화 전래 현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식 재료의 변신은 비단 멕시코뿐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김치찌개에 카망베르 치즈를 통째로 넣는 레시피가 유행하며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치즈의 고소함이 국물에 녹아들어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일본인들도 부담 없이 김치찌개를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방식이다. 이는 전통적인 조리법을 고수하기보다 현지인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식을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서구권에서는 고추장이 디저트 영역까지 침투하며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버터와 흑설탕에 고추장을 섞어 만든 '고추장 캐러멜 쿠키'를 2024년 독자 선정 히트 레시피로 꼽으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매콤하면서도 짭조름한 고추장의 풍미가 달콤한 쿠키와 만나 '단짠'의 정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고추장은 이제 쿠키를 넘어 브라우니나 케이크 등 다양한 서양식 디저트의 핵심 재료로 응용되며 현지인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피자와 파스타 소스로 고추장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버터와 다진 마늘, 꿀을 고추장과 섞어 만든 소스는 피자 크러스트를 찍어 먹는 용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스테이크 소스로도 훌륭하다는 후기가 미국 최대 커뮤니티 레딧 등에 잇따르고 있다. 밥과 반찬이라는 한국식 식사 구조에서 벗어나, 고추장을 하나의 만능 소스나 시즈닝처럼 활용하는 서구권 특유의 소비 방식이 한식의 대중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한식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보편적인 식재료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은다. 밥이 주식이 아닌 국가에서는 김치나 고추장을 반찬으로 먹기보다 버거, 피자, 감자튀김 등 자신들에게 익숙한 메뉴에 곁들이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전통의 원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 식문화와 유연하게 결합하며 진화하는 과정이야말로 K-푸드가 세계인의 식탁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기사인쇄 | 서혜경 기자 seohk@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