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여행
부숴야 비로소 시작된다…파괴에서 창조를 보는 거장
기사입력 2026-03-23 13:57
버려진 병뚜껑에 예술적 숨결을 불어넣어 세계 미술계의 거장으로 우뚝 선 가나 출신 작가 엘 아나추이가 신작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그의 개인전 ‘LuwVor’가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그의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로, 서울을 시작으로 아트바젤 홍콩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서막이다.엘 아나추이는 금속 폐기물인 병뚜껑을 마치 천을 짜듯 구리선으로 엮어 거대한 직물과 같은 설치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손에서 하찮은 소비의 잔해는 인류의 역사, 문화, 교류에 대한 장대한 서사를 담은 기념비적인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폐기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동시에 조각이라는 장르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시도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신작들은 지난 30년간 이어온 병뚜껑 작업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를 보여준다. 수천 개의 금속 조각을 자르고 변형시켜 엮어낸 작품들은 이전보다 더욱 정교하고 복합적인 구조를 드러낸다. 특히 작품의 앞면과 뒷면이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런던 테이트 모던과 상하이 푸동미술관에서의 성공적인 전시 이후 발표되는 이번 신작들은 작가의 끊임없는 예술적 탐구와 확장을 증명한다. 서울 전시에 이어 아트바젤 홍콩에서도 주요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어서, 엘 아나추이의 새로운 예술 세계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사인쇄 | 안연진 기자 ahnahn33@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