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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수출 막아봤자…'화웨이 괴물' 때문에 백기 든 트럼프
기사입력 2025-12-10 17:36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의 수출을 허용한 엔비디아의 최신 인공지능(AI) 칩 'H200'이 실제 중국 땅을 밟기까지는 대만에서 미국을 경유하는 복잡하고 이례적인 공급망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 TSMC에서 생산된 H200 칩이 중국으로 곧장 향하는 대신, 먼저 미국으로 보내져 특별 안보 심사를 거치도록 요구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자국 기업의 수출은 허용하되,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는 최소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이처럼 복잡한 절차는 무엇보다 미국 내의 강경한 대중국 압박을 의식한 조치다. 현재 미 상원에는 향후 30개월간 상무부 장관이 첨단 칩의 중국 수출 허가를 거부하도록 하는 '안전하고 실현가능한 수출 반도체법(SAFE법)'이 초당적으로 발의되는 등,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칩이 결국 중국군의 현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에, 미국 본토에서 직접 안보 심사를 진행한다는 명분을 통해 이러한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복잡한 조건까지 내걸면서 H200 칩의 수출을 허용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이미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 무섭게 성장한 중국 화웨이의 기술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의 최신 '어센드' 칩 기반 AI 플랫폼이 엔비디아의 최신 아키텍처와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이미 중국이 자체적으로 고성능 칩을 대량 생산할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수출만 막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결국 H200 수출을 허용해 미국이 18개월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중국을 미국 기술 생태계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전략적 결론을 내린 셈이다.
기사인쇄 | 서혜경 기자 seohk@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