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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의지'가 아니라 '질병'이었다… WHO, 약물 치료 공식 권고 '역사적 전환'
기사입력 2025-12-02 17:48
세계보건기구(WHO)가 마침내 비만을 의지나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닌,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공식 인정하는 역사적인 지침을 발표했다. WHO는 1일, 미국의사협회지(JAMA)를 통해 성인 비만 치료제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약물을 공식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식단 조절과 운동 등 행동 치료에 초점을 맞춰왔던 WHO가 약물 치료의 필요성과 효능을 전면적으로 인정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다.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앓고 있는 비만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국면이 열린 것으로, 특히 '위고비', '마운자로'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특정 약물들이 공식적인 치료 옵션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전 세계 보건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이번에 WHO가 공식 권고한 GLP-1 계열 약물은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체중 감량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면서 비만 치료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의약품이다. 이 약물들은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하여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안정시키고, 뇌에 직접 작용해 강력한 포만감을 유발함으로써 식욕을 억제하는 원리다. WHO는 구체적으로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위고비),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세 가지 성분을 지목하며, 이들이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을 넘어 심장 및 신장 합병증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조기 사망 위험까지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그 효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지난 9월 이들 약물을 필수의약품 목록에 추가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비만 치료에 대한 WHO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WHO의 이번 결정은 전 세계적인 보건 정책의 거대한 전환점이자, 비만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공식 인정하고 구체적인 약물 치료 지침까지 제시함에 따라, 각국 정부의 보건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성인 비만율이 40%에 육박하고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이 수조 원에 달하는 한국의 경우, 이번 지침이 비만 치료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논의에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테드로스 WHO 사무총장이 "약물만으로 이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GLP-1 치료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비만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힌 것처럼, 비만과의 길고 긴 싸움에서 인류가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기사인쇄 | 서혜경 기자 seohk@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