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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장이 보내는 위험 신호?…가장 먼저 추락한 비트코인

기사입력 2025-11-17 17:46

 '가상화폐의 제왕' 비트코인이 연초 이후 쌓아 올린 상승분을 모두 게워내며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시간 17일 비트코인 가격은 9만 4천6백 달러 선까지 추락하며 연중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금융 시장이 환호하며 랠리를 펼치던 지난해 말 수준으로 회귀한 것으로, 사실상 2025년의 수익률이 '0'으로 강제 리셋된 셈이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인 12만 6천251달러를 찍으며 끝없이 오를 것 같던 기세는 온데간데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100% 관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기점으로 시작된 하락세는 한 달 만에 25%에 달하는 급락으로 이어지며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번 비트코인의 추락은 단순히 가상화폐 시장 내부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금융 시장 전반에 퍼진 '위험회피' 심리가 촉발한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상화폐 전문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스의 매튜 호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험을 기피하는 기조로 돌아섰으며, 가장 위험한 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화폐가 그 첫 번째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를 이끌던 기술주마저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확산하며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주식 시장에서도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즉, 비트코인의 폭락은 향후 닥쳐올 더 큰 시장 변동성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경고음인 셈이다.

 


무엇보다 올 한 해 비트코인 가격을 굳건히 떠받치던 핵심 동력인 '기관 자금'의 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악재로 꼽힌다. 그동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꾸준히 유입되던 기관 자금은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효과적인 헤지 수단으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가격 변동성은 이러한 '디지털 금'이라는 인식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켰고,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 믿었던 기관들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으로, 시장의 가장 강력한 지지 기반이 무너지면서 투심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폭락 사태는 장기 보유자들의 차익 실현, 기관 자금의 유출,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 그리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한 롱포지션의 강제 청산이라는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난센의 제이크 케니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시장이 여러 악재가 겹치자 결국 일시적으로 하락 방향을 선택한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한동안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횡보하던 시장이 결국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당분간 비트코인을 둘러싼 투자 심리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사인쇄 | 성승훈 기자 ssh1780@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