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우라늄 농축·재처리 '지지' 얻어냈다…'핵주권' 향한 첫발 뗐나
기사입력 2025-11-14 17:04
100일 넘게 이어져 온 한국과 미국 간의 팽팽한 관세·안보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14일,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실무 협상을 통해 도출된 합의 사항을 담은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동시에 발표하며 길었던 협상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팩트시트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 합의를 문서 형태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을 더한다. 자료에는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와 상호 관세율 조정 등 경제 현안부터 원자력 잠수함 건조 승인과 같은 민감한 안보 이슈까지 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들이 총망라되었다.경제 분야 합의의 핵심은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이에 따른 관세 조정이다. 한국은 조선 협력에 1500억 달러, 에너지·반도체·AI 등 미래 산업 분야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대신 현재 25%의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 관세율을 15%로 인하받는 성과를 얻어냈다. 이는 사실상 지난 8월부터 적용 중이던 상호관세율 15% 체제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달 1일부터 소급 적용될 전망이라 국내 자동차 업계는 한숨 돌리게 됐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향후 미국의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보장받는 '최혜국 대우'에 가까운 조항을 확보하며 미래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였다.

이번 팩트시트는 양국의 이해관계를 넘어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점, 그리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독려한다"는 문구를 명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한미동맹이 단순한 군사 동맹을 넘어 역내 안정과 평화에 공동으로 기여하는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이번 협상은 한국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주력 산업의 관세 부담을 덜고 안보 분야에서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자율성과 역량을 확보하는 '빅딜'의 성격을 띠고 있다.
기사인쇄 | 김현숙 기자 Kim_0509@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