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4 (Sun) KOREA Edition

경제

작년보다 20% 뛰었다…'6만원대 쌀'에 놀란 가슴, 정부가 '이것' 푼다

기사입력 2025-09-12 17:47

 한국인의 밥상을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식재료, 쌀 가격에 심상치 않은 경고등이 켜졌다. 쌀 한 가마니(80kg)의 산지 가격이 22만 원을 돌파하며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햅쌀 출하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발생한 수급 불균형이 만들어 낸 아슬아슬한 시장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5일 자 데이터는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산지 쌀값은 20kg 포대당 5만 5810원을 기록, 불과 열흘 전인 8월 25일 조사 때보다 1180원이나 급등했다. 이를 쌀 한 가마니(80kg)로 환산하면 22만 3240원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22만 원 선을 가뿐히 넘어섰다. 이러한 산지 가격의 폭등은 곧바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매가격에 반영되었다. 전국의 평균 소매가격은 이미 20kg당 6만 1000원을 웃돌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무려 20% 가까이 치솟은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가격 급등의 원인을 햅쌀 출하 직전의 일시적인 '공급 공백'으로 진단하고 있다. 가을 수확기인 10월 중순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햅쌀을 기다리는 동안, 시장에 유통될 구곡(舊穀)의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 8월 25일, 비축해 둔 정부양곡 3만 톤을 시장에 긴급 방출했으나, 폭등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해당 물량은 이미 전량 판매 계약이 완료되거나 소진되어, 햅쌀이 나오기까지 남은 1~2주의 기간 동안 RPC(미곡종합처리장) 등 산지유통업체들이 원료곡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밥상 물가 안정'이라는 특명을 걸고 추가적인 시장 개입을 결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양곡 2만 5000톤을 추가로 공급하여, '쌀 보릿고개'와 같은 단기 수급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다만 이번 추가 공급에는 몇 가지 엄격한 조건이 붙었다. 이는 단순한 물량 공급을 넘어, 시장의 왜곡을 막고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정부의 고심이 담겨있다. 첫째, 공급된 양곡은 벼 상태 그대로 재판매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이는 일부 유통업체가 정부미를 사재기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되파는 등 투기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오직 쌀로 도정한 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만 허용된다.

 

둘째, 판매 기한을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10월 17일로 못 박았다. 이는 구곡이 시장에서 신속하게 소진되도록 유도하여, 햅쌀 출하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가격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구곡에 햅쌀을 몰래 섞어 파는 '신·구곡 혼합 유통'과 같은 비양심적인 상행위를 집중 단속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조건은 바로 '반납' 의무다. 이번에 정부양곡을 공급받은 업체는 일종의 '임대' 형식으로 쌀을 받은 셈이며, 올해 수확한 햅쌀을 내년 3월까지 정부 창고로 다시 반납해야 한다. 이는 정부의 전략 비축미를 고갈시키지 않으면서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종의 '스와프' 전략으로, 안정적인 재고 관리를 위한 묘수로 풀이된다.

 

김종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번 조치는 산지유통업체의 원료곡 확보난을 해소하고 급등하는 쌀값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라며, "생산자인 농업인과 최종 소비자인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균형있게 돌아갈 수 있도록 쌀값의 안정적 유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인쇄 | 성승훈 기자 ssh1780@bridgetoda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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