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해체가 최종 결정되면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오전 9시 9분 현재, 비츠로테크는 전일 대비 21.4% 상승한 1만 380원에 거래되며 강세를 이끌고 있으며, 원일티엔아이는 15.09% 오른 3만 3550원, 우진엔텍은 9.15% 뛴 3만 9950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우진(6.21%), 우리기술(3.1%) 등 원전 관련 기업들도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주가 상승은 전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안'을 의결한 데 따른 직접적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원전 해체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관련 산업의 새로운 시장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7년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는 이제 해체 절차에 돌입하게 되며, 이에 소요될 비용은 약 1조 713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리 1호기 해체는 단순히 노후 원전을 철거하는 것을 넘어, 국내 원전 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해체는 고도의 기술력과 안전성이 요구되는 복잡한 과정으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 오염 제거, 구조물 해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급등세를 보인 기업들은 각기 다른 핵심 기술로 원전 해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비츠로테크는 전력 및 방사성 제어기기 기술을 바탕으로 원전 해체 과정에서 필수적인 안전 제어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원일티엔아이는 삼중수소 제거 설비의 핵심 기기를 생산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방사성 물질 처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진엔텍은 원자력 및 화력 발전소의 설비 진단, 성능 개선을 포함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해체 전후의 설비 관리 및 진단 분야에서 강점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리 1호기 해체는 국내 원전 산업이 '건설 및 운영' 중심에서 '해체 및 관리'로 영역을 확장하는 첫걸음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향후 해외 노후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고리 1호기 해체 결정이 국내 원전 해체 산업의 본격적인 개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