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내리고 임금도 주춤…물가 안정 '청신호' 켰다
물가안정목표 점검'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국내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것이 물가에 미치는 상방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기본 시각이다. 이는 경기 회복이 곧바로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으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통화 당국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한국은행이 이처럼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현재의 경기 회복세가 과거와 같이 전반적인 수요 확대를 동반하기보다는 반도체 수출과 같은 특정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처럼 특정 산업이 주도하는 회복 국면에서는 경제 전반의 물가 파급력이 과거보다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즉, 반도체 경기가 좋아져도 당장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 물가 전반이 들썩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완만한 성장세 자체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회복의 내용 또한 물가 자극적이지 않다는 판단이다.이러한 경기 측면의 요인 외에도,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하방 요인들이 더 뚜렷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근원상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당분간 하락세를 보이며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 하락은 제품 생산과 운송 등 다방면에 걸쳐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최근 임금상승률이 장기 평균을 밑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인건비 상승 압력이 크지 않아,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인상할 유인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급 측면에서의 비용 압력이 완화되면서 근원물가의 안정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분석된다.다만 한국은행은 모든 변수가 안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하며, 한 가지 주요 위험 요인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환율'이다. 보고서는 현재와 같이 높은 환율 수준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시차를 두고 근원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화 가치가 낮으면 원자재나 수입 소비재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내 물가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물가 안정 흐름을 예상하면서도, 고환율이라는 변수가 향후 물가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