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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지방선거 후보자들, 질병명 비공개 '깜깜이 병역'

기사입력 2026-05-29 21:17

 6·3 지방선거에 나선 남성 후보자들의 병역 이행 현황이 일반 국민의 평균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 명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남성 후보 5344명 중 11.1%에 달하는 591명이 군 복무를 마치지 않았다. 이는 최근 일반 국민의 병역 이행률이 90%를 상회하는 것과 비교하면 유의미하게 낮은 수치다. 특히 광역단체장 후보의 경우 미필 비율이 24.5%까지 치솟아, 고위 공직자로 나설수록 병역 의무 이행 정도가 낮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포착됐다.

 

미필 사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실상 면제에 해당하는 전시근로역과 소집면제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질병이나 심신장애를 이유로 군문을 넘지 못한 후보자가 가장 많았는데,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구체적인 질병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특정 질병명에 대해 비공개 요청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유권자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6급 판정을 받은 후보자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과연 이들이 격무가 예상되는 공직을 수행할 건강 상태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더욱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은 병역 판정의 급격한 변화다. 미필 후보자 8명 중 1명꼴인 76명은 최초 신체검사 당시 현역 입영 대상인 1~3급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재검 등을 거쳐 복무 비대상인 5급 이하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가장 건강한 상태인 1급 판정을 받고도 나중에 질병 등을 이유로 면제된 후보자가 30명에 달했다. 이러한 '등급 세탁' 의혹은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일반 청년 유권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며 선거판의 도덕성 논란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당별로는 진보당의 미필 비율이 23%로 가장 높았으며, 더불어민주당(12.2%)과 무소속(11.6%), 국민의힘(9.7%)이 그 뒤를 이었다. 수형 사유로 인한 미필은 과거 민주화 운동 등의 영향으로 진보 진영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생계곤란이나 장기 대기로 인한 소집면제 등 사유가 다양해지는 추세다.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자가 제출한 병적증명서의 최종 결과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어떤 과정을 거쳐 면제에 이르렀는지 상세한 경위를 파악하기에는 제도적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로 일부 후보자들은 병역 사항에 단순히 '병역면제'라고만 기재하거나 처분 사유를 '확인 안 됨'으로 표기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는 선관위의 확인 절차가 병무청 자료를 그대로 옮겨 적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검증의 사각지대다. 병역 의무 이행은 공직자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희생정신과 책임감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점에서, 불투명한 정보 공개는 유권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 국민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전시근로역 판정 비율은 공직 후보자 그룹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질병 비공개 특권 뒤에 숨어 병역 의무 회피 의혹을 명쾌하게 해소하지 못하는 후보들이 늘어날수록 지방자치에 대한 신뢰도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다. 선거가 막바지로 향할수록 각 후보 진영은 상대의 병역 기록을 정조준한 검증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유권자들은 화려한 공약 이전에 후보자의 기본적인 의무 이행 여부를 냉정하게 따져보고 있다.

 

기사인쇄 | 김현숙 기자 Kim_0509@bridgetoda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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