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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위페이 잡던 김가은, 초추웡에 충격의 첫 패

기사입력 2026-05-28 18:14

 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주역 김가은이 싱가포르 오픈 첫 판에서 무너지며 우버컵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했다. 세계랭킹 15위 김가은은 27일 싱가포르 칼랑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싱가포르 오픈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태국의 폰파위 초추웡에게 세트 스코어 0-2로 완패했다. 상대 전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에 이번 패배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천위페이를 꺾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고, 경기 내내 상대의 영리한 코트 운영에 휘둘리며 힘든 경기를 펼쳤다.

 

경기 초반부터 흐름은 김가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1게임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으나, 8-9 상황에서 순식간에 11점을 연달아 내주며 자멸했다. 초추웡은 네트 앞에서의 정교한 드롭샷과 허를 찌르는 방향 전환으로 김가은의 발을 묶었다. 급격히 무너진 집중력 탓에 인터벌 이후에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김가은은 허무하게 첫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우버컵 당시 보여주었던 끈질긴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벼랑 끝에 몰린 2게임에서는 김가은의 반격이 시작되는 듯했다. 점수를 주고받는 시소게임 속에서 10-10 동점을 만든 뒤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승기를 잡는 장면도 연출됐다. 하지만 초추웡의 추격은 집요했다. 김가은이 점수 차를 벌리면 초추웡이 곧바로 따라붙는 양상이 반복되며 경기는 듀스 직전까지 치달았다. 김가은은 20-18로 먼저 매치 포인트에 도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기회를 잡았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터진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 21-22 긴박한 상황에서 김가은이 회심의 일격으로 날린 셔틀콕이 라인을 벗어나면서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상대 전적 5승 2패의 절대적 우위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패배로 김가은은 초추웡에게 생애 첫 패배를 당하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우버컵 결승에서 중국의 자존심 천위페이를 무너뜨리며 한국 배드민턴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모습과는 대조적인 결과였다.

 


김가은의 부진은 한국 대표팀 전체의 행보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이번 대회 여자 단식에 출전한 3명의 선수 중 심유진은 안세영과의 내전 끝에 탈락했고, 믿었던 김가은마저 짐을 싸면서 이제 한국의 희망은 안세영 한 명뿐이다. 세계 1위 안세영이 16강부터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게 된 셈이다. 우버컵 우승 이후 천위페이가 경기력 저하를 호소할 정도로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던 김가은이기에, 이번 대회의 허무한 탈락은 본인에게도 큰 심리적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김가은이 우버컵 이후 쏟아진 관심과 일정 소화 과정에서 체력적, 정신적 소모가 컸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큰 대회를 마친 뒤 찾아오는 일시적인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국제 대회 성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천위페이를 압도했던 그날의 투지를 되찾지 못한다면 다가올 올림픽 무대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홀로 남은 안세영의 어깨가 무거워진 가운데, 김가은은 이번 대회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무대를 위한 재정비에 돌입하게 됐다.

 

 

 

기사인쇄 | 한유진 기자 yujin2@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