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타벅스 불매 확산… 정용진 고개 숙였지만 여론 '싸늘'
기사입력 2026-05-26 20:57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26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화운동 유가족과 국민을 향해 진심 어린 사죄의 뜻을 전하며 세 차례나 허리를 굽혔다. 그룹 총수가 특정 브랜드의 마케팅 실수를 이유로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신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기업 이미지 훼손을 넘어 그룹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정 회장은 사과문 낭독 과정에서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경영진과 자신에게 있음을 명확히 했다. 특히 현장에서 근무하는 파트너들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며, 조직 내부의 리스크 관리 실패를 자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자신의 정치적 발언이 이번 논란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 회장은 책임의 화살을 본인에게 돌리며 사태 수습에 주력했다. 하지만 5분간의 낭독 이후 질의응답 없이 퇴장하면서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남겼다.

내부 결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도 여실히 드러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마케팅은 무려 4단계의 결재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7명의 임직원 중 누구도 문제의 문구를 지적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결재자는 첨부 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법무팀의 검증 프로세스는 마케팅의 신속성을 이유로 무력화되었고,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부서의 합의 절차도 배제되는 등 리스크 관리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신세계그룹은 향후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관련자를 즉각 파면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 회장 역시 이번 사과가 끝이 아닌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쇄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추후 발표로 미뤄지면서, 성난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기업의 사회적 감수성 부재가 불러온 이번 사태는 한국 재계에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뼈아픈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사인쇄 | 성승훈 기자 ssh1780@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