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야 '여성 30% 공천' 또 헛약속…기초단체장 10%도 안 돼
기사입력 2026-05-19 19:23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확정된 여야의 공천 명단에서 여성 후보들의 실종 사태가 반복되면서 정치권의 성별 불균형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헌·당규를 통해 여성 공천 30%를 약속해왔으나, 실제 기초단체장 후보 중 여성 비율은 각각 8.14%와 3.76%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등록 현황에 따르면 전체 후보 중 여성 비율은 과거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정작 행정 권력을 쥐는 단체장 선거에서는 여전히 남성 중심의 독점 구조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공천을 역대 가장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공천'이라고 자평해왔다. 정청래 대표는 낙하산이나 비리 없는 경쟁력 위주의 선발을 강조하며 당원 주권이 실현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계의 시각은 냉담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인의 경쟁력만을 잣대로 삼는 경선 방식은 결국 기존 정치 자산을 독점해온 남성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여성위원회는 당 지도부가 성평등이라는 정치적 책무를 방기한 채 절차적 공정성 뒤로 숨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광역단체장 선거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거대 양당이 전국 16개 시도지사 후보 중 여성에게 기회를 준 곳은 각각 단 한 곳뿐이다. 이는 광역 행정의 수장 자리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넘기 힘든 벽임을 시사한다. 반면 진보당 등 소수 정당은 지역구 후보의 절반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여성계는 이러한 차이가 후보군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지도부의 의지와 공천 시스템 설계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지방정치의 성별 불균형은 단순히 숫자의 불균형을 넘어 정책의 편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의 목소리가 지역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될 경우, 보육이나 돌봄, 성평등 등 여성의 삶과 밀착된 의제들이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성 정치 네트워크는 거대 양당 중심의 기득권 카르텔을 깨기 위한 근본적인 선거 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이번 선거 이후에도 여성 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한 입법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사인쇄 | 김현숙 기자 Kim_0509@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