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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 60억 파운드 확약…표류하던 3국 전투기 사업 본궤도

기사입력 2026-05-19 18:58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가 손잡고 추진 중인 차세대 6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이 영국의 파격적인 예산 지원에 힘입어 다시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최근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약 60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12조 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이는 단기 계약 만료를 앞두고 사업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로, 향후 3국 간의 다년도 산업 계약 체결을 위한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22년 3국이 203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의기투합하며 시작되었다. 영국의 '템페스트'와 일본의 'F-X' 계획을 통합한 GCAP는 기존 주력 기종인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F-2를 대체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BAE시스템스와 미쓰비시중공업, 레오나르도 등 각국을 대표하는 방산 기업들이 참여해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된 전투기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초기 장밋빛 전망과 달리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예산 확보 문제는 사업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변수였다.

 


특히 영국의 정권 교체 이후 출범한 노동당 정부가 재정적 확약을 미루면서 사업은 한때 표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합작 법인 설립과 설계 계약이 지연되자 일본 측은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영국을 압박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가 단순히 무기 개발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입지와 양국 관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 왔다. 이러한 외교적 긴장감 속에서 나온 영국의 이번 결정은 사업 무산을 막기 위한 최후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일본이 이토록 속도전에 집착하는 이유는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J-36과 J-50 등 차세대 첨단 전투기의 시험 비행을 이어가며 공군력을 과시하고 있다. 2035년이라는 인도 시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동북아시아의 하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일본을 움직이게 했다. 아울러 3국은 이번 공동 개발을 통해 미국산 F-35에 대한 기술적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항공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계산도 깔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GCAP 전투기는 현존하는 기종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목표로 한다. 유로파이터 타이푼보다 빠른 속도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화형 조종석과 기존보다 만 배 이상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차세대 레이더가 장착될 예정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과 무인 드론과의 협업 시스템은 6세대 전투기를 정의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BAE시스템스는 이 기체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상호 운용성과 연결성을 갖춘 공중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영국의 대규모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을 끈 GCAP는 이제 구체적인 설계와 제작이라는 본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2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향후 기술 공유 비중과 비용 분담을 둘러싼 세밀한 조정 과정이 남아 있다. 3국이 합의한 2035년 배치가 현실화된다면 세계 방산 시장의 판도는 미국 중심에서 다자간 공동 개발 체제로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이 거대 프로젝트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고 목표한 성능을 구현해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사인쇄 | 서혜경 기자 seohk@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