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30 (Thu) KOREA Edition

정치

정진석 보궐 출마 선언, 야권 "윤석열 옥중 출마냐" 격분

기사입력 2026-04-30 18:36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뒤흔들었던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계 복귀를 선언하며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정 전 실장은 30일 자신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충남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며, 위기에 처한 보수 진영을 재건하는 것이 자신에게 남겨진 마지막 시대적 소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군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죄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상황에서, 국정 운영의 책임을 공유해야 할 비서실장이 선거판에 나선 것을 두고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상식 밖의 행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 전 실장의 출마를 '염치없는 귀환'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공세에 나섰다. 윤건영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대통령이 대역죄로 중형을 선고받고 영부인의 국정농단 의혹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반성 한마디 없이 금배지만 쫓는 행태를 강력히 질타했다. 이기헌 의원 역시 이를 내란 세력이 다시 관 뚜껑을 열고 나오는 격이라며, 다가오는 선거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인사들은 이번 출마를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옥중 대리 출마'나 다름없다고 몰아붙이며 정계 은퇴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정 전 실장이 현재 내란 사태 관련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대통령실 내 공용 컴퓨터들을 초기화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정 전 실장을 불구속 송치한 바 있다. 법 집행의 공정성을 훼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 입법부의 일원이 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정치적 도의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야권은 그가 져야 할 책임은 사법적 단죄이지 국회의원 당선이 아니라고 꼬집으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해당 지역구에서 박수현 후보와 맞붙게 된 정 전 실장은 이러한 비판 여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상황을 마른하늘의 날벼락에 비유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끊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며 절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보수층 결집을 노린 발언으로 풀이되지만, 동시에 내란 주범과의 동행을 선언한 셈이어서 중도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의회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으나, 정작 본인이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한 계엄 사태의 책임자라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정 전 실장의 등판이 이번 보궐선거를 넘어 향후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미치는 대형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 등은 이번 선거를 '윤어게인' 대 '내란당 해체'의 구도로 설정하며 정권 심판론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다. 반면 정 전 실장은 보수 진영의 궤멸을 막기 위한 사명감을 강조하며 지역 민심에 호소하고 있어, 충청권 보궐선거는 단순한 지역구 의원 선출을 넘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사후 평가와 보수 재건의 향방을 가늠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결국 정 전 실장의 출마 강행은 내란 사태 이후 자숙과 성찰을 기대했던 국민 정서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선거 국면을 극심한 이념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사법적 책임과 정치적 도리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시작한 그의 행보가 지역 유권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비서실장 출신 인사로서 책임 정치의 실종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던진 승부수가 보수의 부활로 이어질지, 아니면 내란 세력의 완전한 퇴장을 재촉하는 자충수가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충남 공주·부여·청양으로 집중되고 있다.

 

기사인쇄 | 김현숙 기자 Kim_0509@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