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통 공룡' 쿠팡의 시련, 김범석 의장 옥죄는 규제 사슬
기사입력 2026-04-29 18:29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발표한 대기업 집단 지정 결과에서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이 아닌 김범석 이사회 의장으로 변경 확정했다. 이로써 쿠팡은 창사 이래 유지해 온 '총수 없는 대기업' 지위를 상실하고, 김 의장을 정점으로 하는 엄격한 규제 체제 아래 놓이게 됐다. 그간 쿠팡은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라는 점과 모기업인 쿠팡Inc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동일인 지정의 예외를 주장해 왔으나, 공정위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개인을 총수로 지정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이번 지정에 따라 김 의장은 본인뿐만 아니라 4촌 이내 혈족과 3촌 이내 인척의 주식 보유 현황, 국내외 계열사와의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특히 김 의장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해외 계열사 현황까지 공시 대상에 포함되면서 쿠팡의 지배구조 전반이 공정위의 감시망에 들어오게 됐다. 만약 공시 과정에서 친인척 관련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제출할 경우, 그 책임은 법인이 아닌 김 의장 개인에게 돌아가며 형사처벌까지 뒤따를 수 있어 총수의 사법적 부담이 극도로 높아졌다.

쿠팡 측은 공정위의 발표 직후 즉각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통한 법적 대응을 공식화했다. 쿠팡은 자사의 지배구조가 이미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엄격한 감시를 받는 상장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김 의장의 친족들이 경영에 참여하고는 있으나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고, 기존의 동일인 지정 예외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쿠팡은 이번 결정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양산한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쿠팡은 지난해 말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이어 총수 지정이라는 대형 악재를 동시에 마주하게 됐다. 김 의장을 향한 규제의 칼날이 날카로워진 가운데, 쿠팡이 예고한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국내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총수 지정 기준이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 공룡으로 성장한 쿠팡이 이번 '총수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하고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이커머스 시장 판도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기사인쇄 | 성승훈 기자 ssh1780@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