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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대선 뒤흔든 K팝, '오빠' 외치는 팬덤 정체
기사입력 2026-06-09 21:54
오는 21일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를 앞둔 콜롬비아에서 K팝 문화가 정치적 변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 강경 좌파 성향의 여당 후보 이반 세페다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국식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한 사진을 게재하며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에 화답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와 거리에서 멈추지 않는 힘을 보여주는 K팝 커뮤니티가 새로운 세대의 희망이 되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는 전통적인 정치 구호와 선전 방식에서 벗어나 대중문화 팬덤의 자발적인 에너지를 선거 전략에 적극적으로 수용한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정치권의 변화를 끌어낸 주역은 '이반 세페다와 함께하는 K팝 팬들'이라는 자생적 조직이다. 이들은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친밀한 저항'이라는 슬로건 아래 정부의 공약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인포그래픽과 홍보 영상을 직접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특히 세페다 후보의 이미지에 '오빠(OPPA)'나 '사랑해(SARANGHAE)' 같은 한국어 문구를 합성한 콘텐츠는 현지 청년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이 중남미 전역에서 대중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그 팬덤의 조직력이 정치적 의사 표현의 수단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보수 진영은 이러한 K팝 팬덤의 움직임에 맞서 디지털 무기를 강화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조국수호당의 아벨라르도 데라 에스프리에야 후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홍보 영상과 월드컵 관련 콘텐츠,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동원해 청년층의 관심을 돌리려 애쓰고 있다. 일부 보수 지지층은 K팝 팬들이 특정 세력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활동하는 조직적 댓글 부대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팬덤의 조직력이 기존의 정치 문법을 파괴하는 위협적인 요소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전략과 팬덤 정치가 맞물린 콜롬비아의 운명은 오는 21일 결선투표에서 판가름 날 예정이다. K팝이라는 이질적인 문화 요소가 남미의 정치 지형을 어떻게 재편할지, 그리고 '손가락 하트'로 상징되는 감성 정치가 실제 투표함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보수 진영의 AI 전략과 진보 진영의 K팝 팬덤 정치가 격돌하는 이번 선거는 현대 정치에서 문화적 정체성이 유권자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인쇄 | 서혜경 기자 seohk@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