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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젤렌스키에 대놓고 "솔직히 실망했다"…종전 협상 '파열음'
기사입력 2025-12-09 18:20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안갯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한때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과의 대화가 쉽지 않았다고 협상 난항을 시사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젤렌스키 대통령의 태도에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양측의 입장 차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플로리다에서 열린 회담 이후 피어오르던 종전의 희망이 불과 며칠 만에 불투명한 전망으로 뒤바뀌고 있는 형국이다.이번 갈등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안'이 있다. 당초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 평화안은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우크라이나에 전달됐지만, 여전히 양측의 견해차는 뚜렷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대표단이 우크라이나의 기본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대화가 "쉽지는 않았다"고 밝혀,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여전함을 암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최신 제안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며 "조금 실망스럽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미국의 한 특사가 "합의에 거의 다 왔다"고 주장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던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로, 협상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 내 혼선마저 엿보인다.

미국 주도의 종전 협상을 바라보는 유럽의 시선은 노골적인 경계심으로 가득하다. 특히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섣부른 성과를 위해 우크라이나의 핵심 이익을 저버릴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명확한 안전보장 없이 영토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큰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젤렌스키에게 "앞으로 며칠간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며 "그들(미국)이 우리 모두를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맹국들마저 트럼프의 협상 중재에 강한 불신을 보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종전으로 가는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기사인쇄 | 서혜경 기자 seohk@bridgetoda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