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갓난아기 비닐봉지에 넣어 죽였는데…'집행유예' 선고한 판사, 대체 왜?
기사입력 2025-11-12 17:20
비정한 영아 살해 및 유기 사건으로 알려졌던 한 사건의 이면에는 한 여성의 처절하고 안타까운 사정이 숨어 있었다. 법원은 12일, 갓 태어난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및 시체은닉)로 기소된 40대 친모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차가운 법리 대신 따뜻한 관용을 베풀었다. 이는 피고인의 범죄 사실 자체는 엄중하지만, 그녀가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극한의 상황을 재판부가 깊이 헤아린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알려진 파렴치한 범죄자의 모습 뒤에 가려져 있던,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낳은 한 개인의 비극이 법정에서 비로소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A씨의 삶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태였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그녀는 임신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산부인과 검진을 받지 못했다.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임신 사실조차 철저히 숨겨야만 했다. 재판부는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대비를 전혀 하지 못하다 이런 지경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더욱이 A씨에게는 사망한 아기 외에도 여러 명의 자녀가 있었고, 그중에는 장애를 가진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A씨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다면 남은 자녀들,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의 양육에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A씨는 지난 2월, 전북 완주군의 자택 화장실에서 홀로 아기를 낳은 뒤 의식이 없는 신생아를 비닐봉지에 넣어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후 "갑자기 하혈을 한다"며 119에 신고해 병원을 찾았지만, 출산 흔적을 수상히 여긴 의료진의 신고로 범행이 발각되어 법정에 서게 됐다. 모든 재판이 끝나고, 재판부의 배려가 담긴 선고가 내려지자 A씨는 피고인석에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숨죽여 울었다. 뒤늦게 떠나보낸 아기를 향한 미안함과 남은 아이들을 지킬 수 있게 된 안도감이 뒤섞인 통한의 눈물이었다.
기사인쇄 | 이재일 기자 jae_1@bridgetoday.net